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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싫다고 도망 다니던 아이들이 흠뻑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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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2.26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45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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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어린이들은 운동하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친구와, 부모와, 강사와 함께 체육관에서 노는 게 너무 재미나고 신나 보였다. 몸을 열심히 움직였고 소리도 맘껏 질렀다. 바닥에 누워 투정을 부리는 어린이들 표정도, 그걸 지켜보는 부모 얼굴도 밝기만 했다.

서울교육대학교가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서울교대 장애학생체육교실’ 모습이다. 자폐를 포함해 다양한 발달장애를 가진 지역 초등생 25~30명, 학부모, 강사 등 총 80여명은 지난 23일 서울교대 체육관에서 올해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음악에 맞춰 신나는 체조로 몸을 풀었다. 탁구, 배드민턴, 야구 등을 변형한 종목에서 공을 주고받으며 놀았다. 종이비행기를 스스로 만들어 멀리 날리는 게임도 했다. 모든 활동을 부모, 강사와 함께했다. 마지막에는 부모들끼리 한데 모여 간단한 왈츠도 췄다.

이 같은 체육교실은 김방출 서울교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2022년 1학기부터 하고 있다. 수업은 학기별로 10주(1주 90분씩) 동안 진행됐다. 김 교수는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부족한 신체활동 경험을 충족시키고 (예비)교사들이 장애 학생들을 조금 더 이해하면서 조금 더 수준 높은 커리큘럼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두 가지가 큰 목표”라고 말했다.

부모들도 거의 매 순간 함께했다. 현직 초등교사, 예비교사가 장애 학생과 1대1로 매칭됐다. 임상훈 초빙교수(용인대 특수체육과)는 “강사가 자주 바뀌면 장애 학생들의 거부감이 커진다”며 “장애 학생 한 명을 부모 포함, 2~3명이 한 학기 또는 1년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방출 교수는 “처음에 도망다니고 말을 듣지 않던 아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교사 지시를 따르고 운동하면서 몸이 건강해지고 성격도 밝아지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체육교실 운영비는 서울교대 국립대학육성사업비로 충당된다.

교육 콘텐츠는 체조, 줄넘기, 던지기, 댄스, 근력운동, 달리기 등을 비교적 따라하기 편하게 조금씩 바뀐 종목들로 구성된다. 운동 프로그램은 한동기 교수(백석대 특수체육교육과)가 주도적으로 짰다. 한 교수는 “백석대에서 장애 아동 체육교실을 20년 정도 운영하면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며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예비)교사에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한 교수는 “장애 학생들이 재미나게 놀고 나를 보고 밝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며 “장애 학생들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을 덜어내고 장애 학생 움직임을 잘 이해하고 지도하려 애쓰는 (예비)교사들의 달라진 태도에서 희망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정동수 박사(서울교대)는 “이곳에서는 교사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을 전적으로 도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사들도 기다리고 참는 법을 배우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공동대표 3인 중 한 명인 정윤정씨는 “발달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체육 프로그램 자체가 부족한데 이곳은 프로그램 수준도 높고 비용도 무료”라며 “매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잠시라도 행복하고 신나게 노는 장면을 보면 부모로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정씨는 “우리 아이 치료와 생활을 위해서 독일, 프랑스 등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스스로 공부했다”며 “한국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절단 등 다른 신체 장애인들에 비해 많이 소외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발달장애 학생 부모는 한창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30, 40대”라며 “장애 학생들 못지않게 힘겨워하는 부모를 관리하고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방출 교수는 “아이들이 운동하는 동안 학부모 특강, 학부모 운동 등도 가끔 별도로 진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예비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교육대학교는 전국에 10곳이 있다. 김방출 교수는 “교대 커리큘럼에 특수체육 과목이 있지만 기초과정에는 없고 심화과정에만 있다”며 “결국 특수체육은 예비 초등교사들이 별도로 선택해야만 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몇몇 교대가 우리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해 함께 논의하고 있다”며 “모든 교육대학교가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체육교실을 운영한다면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 케어, 교사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윤정씨는 “전국 200개 안팎 특수학교에도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는 있지만 ‘특수체육’을 전공한 교사는 거의 없다”며 “특수체육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교사들이 특수학교, 일반학교에 많이 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