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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국립대, 시설-인력 활용해 미래 인재 양성… 지역 균형발전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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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5.02.12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79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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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지방대학들은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학생들은 되도록 수도권 대학 진학을 원한다. 취업 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방 소재 회사보다는 수도권 회사로 인재가 몰린다. 이런 상황에서 각 지역에 고루 분포된 국립대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국립대가 지역 균형 발전의 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국립대의 혁신을 지원 중이다. 국립대는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융·복합 및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특화 분야의 연구 경쟁력을 강화하며 발전을 꾀하는 중이다.》


“요리 수업을 처음 들어봤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에도 배우고 싶어요.”

지난해 11월 충북 청주교육대에서 케이크 만들기 수업을 들었던 청주시 분평초 2학년 김아영(가명) 양이 밝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마땅한 문화체험 활동을 경험해보지 못한 김 양은 이날 밀가루와 생크림 등을 이용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봤다. 김 양이 참가한 ‘파티시에 요리 수업’은 청주교대가 지역 소외 계층 초등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 초중고교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

국립대는 대학 운영에 있어 정부 지원을 받는 만큼 공공성이 강조된다. 특히 수도권 쏠림이 갈수록 심화되는 요즘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국립대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립대가 보유하고 있는 시설과 인력 등을 활용해 지역 초중고교생과 주민을 돕고,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다.

청주교대는 지난해 11월 16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소외계층 초등학생 25명을 대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초등학생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작곡을 해보고 미술작품도 만들었다. 또 ‘그래비트랙스’라는 값비싼 교구를 통해 중력, 가속도 같은 과학적 원리를 배웠다.

청주교대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여러 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청주교대 관계자는 “대학의 각종 시설과 인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해 국립대로서 지역사회에 공헌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주교대 재학생도 미래의 ‘교사’로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재학생 한명당 프로그램 참가 초등생 3, 4명을 담당한다. 프로그램에 봉사자로 참여했던 청주교대 한 학생은 “교사는 아이들의 기질이나 성향, 심리를 잘 고려해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며 “교사의 역량과 역할이 아이들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국립한국교통대도 지역의 초중고교생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포츠산업학과 학생들이 초등학교를 방문해 축구를 가르쳐준다거나 중학생들을 대학 내 3차원(3D) 프린팅 창의혁신 선도센터로 데려와 과학교실을 운영하는 식이다. 자유학기제를 맞은 중학교 1학년들을 대학에 초청해 학과를 안내하고,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한다. 국립한국교통대 관계자는 “대학이 가진 역량을 활용하면 초중고교생들이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배울 수 있다”며 “우리 대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교통대가 지역에 기여하고 있다는 걸 주민들에게 알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부경대는 부산 지역 중학생들이 해양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1999년부터 ‘여름 수산학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국립부경대 관계자는 “동북아 해양 수도인 부산에 위치한 국립대학으로서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해양 분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여름 수산학교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교육 기부 차원”이라고 말했다.

 

여름 수산학교는 이론 수업을 지양하는 대신 실험과 실습 위주로 운영된다. 불가사리를 해부하고 요리를 하는 식이다. 참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 전원이 “만족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참가 신청자도 매년 늘어난다. 지난해 7월에는 어묵 만들기 수업이 진행됐다. 생선과 야채를 잘게 다지고 기름에 튀기다 보니 안전을 위해 국립부경대 재학생들이 밀착 지도에 나서기도 했다. 여름 수산학교에 교사로 참여한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의 한 학생은 “중학생들에게 우리 학과를 알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 지역사회 문제 해결 나서는 국립대

국립대는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국립공주대는 노인 대상 영양 및 급식 관리자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국립공주대가 위치한 충남 지역은 특히 노령 인구 비율이 높다. 노인 대상 영양·급식 관리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해당 전문가를 양성할 만한 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이에 국립공주대는 지난해 9월부터 식품영양학과 재학생 3, 4명씩 팀을 이뤄 노령기 영양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이들은 지역 내 노인복지시설과 노인정, 마을회관 등을 찾아 영양 교육도 진행했다. 또 노인식 메뉴 개발 공모전을 열어 우수한 노인식 레시피를 선정하기도 했다. 올해는 선정된 레시피가 지역 내 노인복지시설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공유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지역 내 취업과 정착을 꿈꾸기도 한다. 김미현 국립공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 영양 관리자가 갖춰야 할 역량을 키운 계기가 됐다”며 “국립대가 지역사회 수요를 반영한 전문 인재를 배출하고 지역 내 취업과 정착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해력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립목포대는 독서의 즐거움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대학 도서관을 개방하고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9월 27∼28일 진행한 ‘도서관에서 밤새,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도서관을 개방해 인기를 끌었다. 국립목포대는 행사 당시 주민들에게 △도서관 투어 △유튜버 강연 △독서 다큐멘터리 상영 △야식 제공 등을 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한 주민은 “대학생 시절에도 도서관을 이용했던 게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처음으로 밤을 새워 책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김선화 국립목포대 도서관장은 “도서관을 개관한 이래 처음으로 밤에 외부인에게 개방했는데 지역민에게 독서의 가치를 일깨우는 뜻깊은 기회였다”며 “앞으로도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순천대는 지역 주민과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인권 신장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대학 차원에서 지역사회의 성평등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였다. 국립순천대 인권센터는 순천남산중을 찾아가 생명 존중의 중요성과 자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사례를 통해 성폭력 가해자가 되지 않는 행동 요령도 가르쳤다. 국립순천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역 사회의 인권 신장과 성평등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